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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고단한 현실 속 꿈꾼 이상향…간송과 백남준의 ‘끌림’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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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고단한 현실 속 꿈꾼 이상향…간송과 백남준의 ‘끌림’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두 인물이 만났다. 간송 전형필(1906~1962)과 백남준(1932~2006)이다.

간송은 일제시대 당시 전 재산을 털어 우리 국보급 문화재를 사들여 전통문화와 예술품을 지키고자 했던 세기의 컬렉터다. 백남준은 비디오아트 분야를 개척한, 세계적 아티스트다. 한 사람은 컬렉터, 다른 한 사람은 예술가로 공통점이 전혀 없는 듯 하지만 사실 둘은 시대를 뛰어넘어 ‘한국 전통’을 아꼈던 사람들이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에서는 내년 2월 5일까지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기획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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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문화재단과 백남준아트센터가 협력해 공동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연담 김명국, 현재 심사정, 호생관 최북, 오원 장승업 등이 그린 조선시대 산수화와 인물화 등 25점과 함께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28점이 선보인다.

두 기관에서 나온 작품들이 언뜻 보기에 서로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따로 놀듯하지만, 전시 관람이 끝나고 나면 둘의 유사점에 깜짝 놀라게 된다. 글로벌 아티스트로만 알았던 백남준은 사실 한국적 토양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이를 해외에 소개한 작가였고, 간송의 소장품은 그의 토대가 어디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둘의 작품은 사람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믿음과 이상향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해 내고자 하는 공통된 염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한 한국미술의 특징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전시기획자는 “단순한 명품들의 나열을 벗어나 연관성에 의미를 두고 같은 소재를 과거 화가들과 20세기의 백남준이 어떻게 풀어냈는지를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이런 ‘짝짓기’는 전시의 이해도와 몰입도를 높여준다. 장승업의 ‘오동폐월(梧桐吠月)’과 그 앞에 놓인 백남준의 ‘달에 사는 토끼’가 대표적이다. 나무로 조각한 토끼가 TV속 달을 바라보는 백남준의 설치작품과 보름달 오동나무 아래서 국화꽃을 바라보는 강아지를 그린 장승업 그림이 나란히 배치되 웃음을 자아낸다.

백남준의 ‘코끼리 마차’는 심사정의 ‘촉잔도권’과 함께한다. ‘코끼리 마차’는 인류사를 함축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과거 정보나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선 편지를 주고 받거나 먼 거리를 가는 수밖에 없었는데 이젠 TV로 그 모든것을 해결하지 않느냐는 백남준 특유의 해학이 묻어난다. ‘촉잔도권’은 촉(蜀)으로 가는 힘든 길을 그린 그림으로, 구비구비 험준한 산길과 일렁이는 물길을 건너야만 갈 수 있는 이상적 공간을 그렸다. 이 이상향으로 가는 길을 코끼리가 TV를 싣고 가는 셈이다.

이외에도 장승업의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와 백남준의 ‘비디오 샹들리에 1번’은 기명절지도가 아시아문화권에서 ‘길상’의 의미를 담듯, 서구문명에서 샹들리에게 ‘부유함’의 의미를 담는다는 점에서 묶였고, 백남준의 TV로봇 작품 ‘슈베르트’, ‘율곡’, ‘찰리 채플린’은 최북의 ‘호계삼소(虎溪三笑)’와 짝을 이뤄, 시공을 뛰어넘는 유쾌한 ‘만남’을 그려보게 한다.

이번 전시를 끝으로 간송미술관의 ‘DDP 간송전’은 막을 내린다. 입장료는 성인 8000원, 학생 6000원.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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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문화#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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