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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즐기는 문학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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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디자인으로 즐기는 문학

By 양진이 (스토리텔러)

현대인의 글자를 통한 소통의 방식은 대부분 메신저 채팅과 SNS을 통해서 일 것이다. 모바일 기반으로 소통되는 메시지의 문장들은 인터넷 상의 댓글처럼 여러 개의 짧은 문장들로 구성돼있다. 이러한 언어 사용습관은 웹드라마나 카드뉴스처럼 빠르게 소비될 수 있는 감성적인 컨탠츠의 수요로 이어져 문학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인터넷상으로 회자되는 인기 글귀와 구절들은 더욱 짧아지고 폰트와 배경 일러스트 디자인은 필수가 되었다. 단편보다 초단편 소설이, 소설보다는 시가 SNS를 통해 많이 회자되고, 독자들은 문학잡지만 사는 것이 아닌 문학을 둘러싼 디자인 총합을 구매하는 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1. 한 컷 프레임에 시 한편


사진= 온라인 상 인기 있는 시는 특유의 디자인 포멧이 있다 (출처: 시인 하상욱/ 안상현 SNS)

현대인들은 유독 감성’ 공유와 아련한 표현에 메말라 하고 있다. 마음의 위안을 주는 #감성글귀를 찾아 헤맨다. 소장하고 싶은 좋은 구절을 SNS에 포스팅하고, 서로가 ‘좋아요’를 통해 추천해주는 문화와 입소문이 스타 작가를 탄생시키는 환경에서 문인들은 팟캐스트나 웹툰으로 시를 재가공 하여 알리기도 한다. 수요와 매체의 특성에 따라 시인들은 ‘잘 팔릴 수 있고 효율적으로 감상될 수 있는’ 특유의 포멧- 정사각형 틀에 맞춰 시를 ‘디자인하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미디어 시대에는 만연체와 호흡이 긴 글은 활자 자체에 대한 저항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인기를 얻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1세대 시인은 반전 있는 제목과 10글자 정도의 짧은 유머 코드를 잘 살린 ‘시팔이’ 하상욱 일 것이다. 마치 메모지나 포스트잇에 쓴 듯한 한 컷 프레임에 시 한편이 꽉 채워진다. 심플한 디자인과 멘트는 스마트폰으로 캡쳐해서 퍼나르기 쉬웠고, 수식간에 인기를 얻었다. 더 나아가 새벽녘, 눈보라 치는 풍경, 들판 등 아련하고 감상적인 분위기의 일러스트 배경의 짧은 시들도 등장하고 있다. 주로 사랑과 우울함, 좌절감과 자존감에 대한 시는 젊은 독립출판 시집들을 중심으로 가장 인기 있는 디자인 형태이다.
대중들의 감성 컨탠츠의 블루오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문학계에 새로운 유행이 또하나 발견되었다. 문학잡지가 새로운 소통창구로 떠올랐는데, 패션지처럼 단편소설도 심심풀이로 즐길 수 있도록 문턱을 춘 것이다.

2. 문학잡지의 유행
잠정 휴간되었거나 폐간되었던 문예지들이 재발행 되거나 문학잡지로 창간되어 새로이 인기를 얻고 있다. 문예지의 편집위원체제를 버리고, 등단 작가들 위주의 집필진을 벗어나 권위와 권력을 내려놓고 소통과 참여의 가치를 넣은 젊고 감각적인 매체로 다시 태어났다. 빽빽하고 고리타분한 폰트, 벽돌만큼 두툼하고 애매한 크기의 책, 칠판 긁는 소리가 나는 재질의 코팅지...기능에만 충실했던 문예지들이 내외적으로 문학을 잘 포장 해 줄 수 있는 감각적인 디자인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 서점 잡지 코너의 다양한 문학 잡지들 (촬영장소: 반디앤루니스 신림점)

문예, 서펑 전문잡지 악스트(Axt)는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과 2900원이라는 착한 가격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추리소설 전문 문예지 미스터리아(Mysteria)는 잡지는 물론 서점에서의 소설분야 판매 순위에도 상위권에 진입하는 베스트 셀러이다. 연 3회 발간되는 창작과 비평사의 문학 플랫폼 ‘문학3’은 문예지, 웹사이트 그리고 문학몹(정기적인 독자와의 만남 시리즈)을 목표로 기획되었다.


 
사진= 문학잡지 릿터의 표지 디자인 (출처 민음사 인스타그람 @minumsa_books)

민음사도 작년에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Littor) 를 창간했다. 기존의 문예지보다 더욱 ‘잡지스러운’ 컬러풀한 표지 디자인, 글과 글 사이의 충분한 여백, 대중성 있는 작가들의 참여와 유명인들의 인터뷰 등으로 독자층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라는 속담은 진리 인 듯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좋은 표지 디자인은 문학의 외형을 효과적으로, 깊이 있게 드러내는 기술이자 경쟁력이다. 보기 좋은 문학이 읽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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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디자인#감성#캘리#design#herald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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