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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만든 '감각' … 호텔수선화 손정수 작가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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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경험'이 만든 '감각' … 손정수 작가

By 한성주 (스토리텔러)

디지트(DIGIT, digitart.kr)에서 세 번째로 인터뷰 한 분은 손정수 작가이다. 그는 을지로 3가에 위치한 숨은 명소 호텔 수선화의 인테리어를 디자인한 사람으로 남들과 다른 독특한 감각을 소유한 자다. 호텔 수선화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그의 포근한 미소 덕분에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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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저는 현재 인테리어를 하고 있고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해온 공사일 경험을 토대로 엔지니어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 저는 원래 조각을 전공했고 19살 때부터 생계를 위해 꾸준히 공사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너무 유학을 가고 싶어서 택배 기사, 주스 장사, 미술학원 강사 등등 하면서 겨우 모은 돈으로 프랑스 유학을 갔어요. 근데 공항 수속을 마치고 나니까 딱 70만원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그곳에서 버려진 자전거를 고쳐서 여기저기 일하러 다니면서 생활했어요. 그러다가 아일랜드 출신 기술자를 만났는데, 그 분이 굉장히 능력자였어요. 그 사장님과 일을 하면서 외국 기술도 접하게 되고 한국 시공의 문제점들을 많이 알게 되었죠. 그 분한테 일을 직접 보고 배우면서 지내다가, Collet Park라는 갤러리의 관장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셔서 덕분에 해외 유명작가들 작품도 설치하는 경험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도 틈틈이 공부하고, 공사 일도 하고, 남는 시간에 음식점에서도 일하면서 생활했어요. 경제적으로 궁핍하니까 미술을 하기는 힘들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작업을 다시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으로 하기 싫은 일을 견뎠죠. 근데 성격 덕분인지, 싫은 일들을 하다 보니까 나름 재미가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여러 가지 감각을 키워갔어요. 보통 공사하는 사람들은 할 일만 하고 가는데 저는 작업하면서 감각적으로 접근하니까 사람들이 제가 예술을 공부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인테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씨를 만나게 되고 인연이 되어 그 분 디자인실 인테리어 작업도 했었어요.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파란만장 했죠.

아일랜드 사장님을 만난 것이 엄청난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한번은 나사를 박는데 일자 홈이 가로로 박혀있다고 혼났어요. 세로로 박아야 그 사이로 빗물이 흘러서 녹슬지 않는다는 거예요. 다 이유가 있었던 거죠. 그 때 느꼈어요. 저는 이유도 모르고 너무 많이 본을 떠서 디테일이 떨어지고 원래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석고상을 그리면서 미술을 공부한 거예요. 근본적으로 잘못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의력을 배우지 못하고 따라 그리는 것만 배운 거죠. 그 때 이 사람의 세계가 너무 섬세하고 배울 것이 많아 보였어요. 그래서 지금 내가 조각을 못하는 대신 이 일을 조각이라고 생각하고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배우기 시작했죠. 나중에 1년정도 작업을 같이 하고 나서 하는 말이, 그 분은 저를 가르치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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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프랑스에서 생활을 하다가 결국 더 이상 직업도 없고 돈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알거지가 된 거죠. 그 때 다니던 학교 제일 높은 분과 면담을 했는데 그 분이 왜 나이가 많은데 1학년으로 들어왔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저는 여기 오래 살면서 많은걸 듣고 보고 싶었다고 대답했죠. 그리고 어설픈 불어로 제 작품 이야기도 주고받고 나니까, 그분이 `만약 내가 작가라면 차라리 파리로 떠나겠다. `라면서 더 큰 세상에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오라는 거예요. 순진했던 저는 친구한테 짐 다 주고 다음날 바로 파리로 갔죠. (웃음) 근데 그 때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너무 앞이 막막하고 걱정되고 무일푼 상태였지만 자유롭게 몸을 어디든 맡길 수 있는 갈대 같은 기분이랄까.
호텔 수선화 인테리어를 맡게 된 계기는?
파리에 있던 시절에 우리집에 자주 놀러 오던 영국 패션 유학생들이 있었어요. 한국에 들어와서 그 친구들 중에 한 명이 이나나씨를 소개해줬어요. 이 분도 취향이 굉장히 독특한 분인데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호텔 수선화만의 느낌을 낼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하게 되었습니다.
공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클라이언트하고 소통이 잘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들이 생각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핀터레스트나 텀블러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서 이미지도 같이 찾으면서 그 분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와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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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에 있어서 손정수만의 강점을 말한다면?
어렸을 때부터 본의 아니게 겪은 다양한 경험들이 저의 강점인 것 같아요.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니 취향 따라 좋아하기 보다는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아해요. 수용하는 마음이 커진 것 같아요. 또 누군가와 이야기 할 때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나의 것을 내세우거나 이야기가 내 위주로 흘러가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저랑 상대방이 만나서 자연스러운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요?
현재 양조장 컨셉의 유럽풍 수제맥주집을 작업하고 있어요. 프랑스 길가에 있는 가게가 충무로 골목에 똑 하고 옮겨진 듯한 컨셉이에요. 호텔 수선화를 작업할 때 저에게 일을 배워보겠다고 한 번도 도망치지 않고 열심히 하던 친구가 딱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가 친한 친구하고 가게를 열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 제가 맡아서 진행 중에 있습니다.
요즘 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나요?
주로 현장에 있는 시간이 많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집에서 음악을 듣거나 강아지랑 놀면서 시간을 보내요. 얼마 전에 웰시코기를 입양 받았어요. 털이 엄청 많이 빠지는데 뒷모습 매력이 너무 강력하더라구요. 눈을 못 떼겠어요. 그리고 요즘 어릴 때 약 100장 좀 넘게 모았던 LP를 다시 듣고 있어요. LP플레이어는 시멘트 일을 함께 도와 주셨던 시멘트 미장 아저씨가 주신 걸로 쓰고 있습니다. 
자신을 비주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지금 순종개를 키우고 있지만 사실 똥개를 좋아해요. 인간의 관점으로 본다면, 개들도 자신에게 없는 부분을 부러워하면서 서로에게 호기심이 생기고 번식을 하고 자식이 생기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태어난 아이들이 소위 우리가 말하는 똥개인 거죠. 저는 그게 진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비주류인 사람들이 주류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더 많이 소통하고 주고받으면서 스스로 강해져 나갔으면 좋겠어요. 젊을 때 많은 경험을 하면서 넓은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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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수 작가가 바라는 미래가 있다면?
그동안 경험했던 것들을 토대로, 어떠한 사람의 의견도 듣지 않고 순전히 나의 의도만으로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 안에서 사람들끼리 소통하기도 하고 음악도 듣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돈도 많이 벌고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더 많이 경험할 거예요. 죽을 때가지 안주하지 않을 거예요. 나이가 들었다고 잘난 체 하고 싶지 않아요. 참 닮고 싶은 부분인데, 프랑스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다 친구였어요. 바에 가면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다 있고 모두가 진심으로 소통해요. 나이가 들었을 때, `야 내가 왕년에 날렸잖아. `가 아니라, `내가 어렸을 때는 이런 일이 있었단다. `라고 손녀, 손자한테 밤이 새도록 이야기 할 수 있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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