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의 시간이 멈추는 공간 …'공상온도'
By 한성주 (스토리텔러)
디지트(DIGIT, digitart.kr)에서 아티스트를 위한 공간, 공상온도를 찾아갔다. 홍대입구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동교동에 위치한 공상온도를 들어 가자 마자 꽤 많은 아티스트들이 아늑한 분위기에서 작업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테이블에는 공상온도를 이끌어가는 세 명의 멤버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함현희 저는 상업 포토그래퍼 일을 하면서 동시에 공상온도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함현희 입니다.
이현지 저는 현재 스페인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현지라고 합니다.
김비키 저는 알바생입니다. (웃음) 현희형은 NOB이라는 월간 무가지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아티스트들끼리 모여서 한 달에 한번씩 출간하는 잡지인데 저는 거기서 김 비키라는 필명으로 단편 소설을 쓰고 있어요.
공상온도는 어떤 곳인가요?
함현희 설명하기 좀 어려운데, 가장 간단하게 말하자면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카페를 기반으로 예술 문화에 관련된 다양한 행사와 요소들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 공간에는 주로 어떠한 것들이 담기나요?
함현희 저희는 굉장히 여러가지를 하고 있어요. 저희는 예술 문화에 관련된 신진 작가나 기획자분들이 최대한 공간을 활용하게끔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에 크게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요. 영화모임, 공연, 전시도 하고 있고, 위탁판매물이나 독립출판물도 판매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비정기로 이루어지는 모임이나 퍼포먼스 공연도 하고 있고요. 디제이파티도 가끔 있어요. 이런 정보들은 홈페이지보다는 SNS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업로드하고 있어요.
함현희 공상온도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 배치되어 있어요. 또 판매용이 아닌 무가지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Nob는 어떤 잡지인가요?
김비키 한달에 한번씩 나오는 독립출판 무가지예요. 지금 약 5년정도 됐고요. 저희 외에, 타투이스트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ZIZI, 현재 독일에 거주하고있는 조혜미 작가, 전에 현희형과 같이 작업했고 현재도 M9st라는 이름으로 사진 작업 하고 있는 강민구 형과 함께 한달에 한번씩 개인작업들을 모아서 무가지 형태로 내는 거예요. 저는 원년 멤버가 아니지만, 현희형이 말하기를, 전시를 하는 건 돈이 들지만 무가지로 배포를 하게 되면, 매달 작업도 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공상온도에서 아티스트를 위해 여러 지원들을 하고 있는데, 이 공간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함현희 저희가 공상온도를 오픈한 건 작년 1월이지만 공상온도라는 이름이 생겨난 건 약 4년 전이에요. 현지는 싱어송라이터를 하고 저는 NOB 작업과 함께 사진 작업을 하고 있어서 같이 예술 행사를 기획해보자는 말을 하곤 했어요. 그래서 다른 작가들과 뮤지션들을 섭외하고 회비를 걷어서 전시와 공연을 같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자립적으로 만들어보자 했었고 그 행사는 성공적으로 끝났죠. 근데 그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얻는 것이었어요. 저렴한 곳을 찾고 찾았는데도 신진 작가들 입장에서는 비싸더라고요. 물론 저희도 이해해요. 그 공간을 유지하고 운영하기 위한 비용을 생각해보면 비싼 것이 아니었지만 소수의 신진 작가들이 부담하기에는 큰 가격이었어요. 분명 저희가 공연과 전시를 해서 수익금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인 상황이 되더라고요. 신진 작가들은 자기 작업들을 더 많이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공간과 기회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 `아, 공간을 갖고 싶다. `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신진 작가들에게 무조건적인 지원은 힘들더라도 기존보다는 벽을 낮춰서 그 분들의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현지 그 행사 이름이 `공상온도` 였어요. 그 때 같이 했던 분께 허락을 받고 그 이름 그대로 가져와서 이 공간의 이름을 `공상온도` 라고 짓게 되었죠. 사실 그 이름을 지을 때 제가 의견을 많이 피력했어요. 네 글자여야 하고, 한글이어야 하며, 뜻이 불분명하고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단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단어들의 조합이 공상온도였어요.
함현희 사실 공상을 예술에 비유를 한 거죠. 존 레논이 자기 부인한테 그런 말을 했어요. 이 사람은 나와 예술의 온도가 맞는 사람이라고. 저희는 그 말에 감명을 받고 `예술의 온도가 맞는 사람들이 모였다 혹은 만나고 싶다. `라는 의미를 담아서 만들어졌습니다.
위치를 동교동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아티스트들에게 꿈을 펼칠 기회와 공간이 많지 않은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공상온도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이현지 가장 큰 계획은, 저희가 돈을 더 많이 벌어서 아티스트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넘어서 지원을 해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저희도 힘든 실정이다 보니 아티스트 분들께 음료 할인 같은 작은 혜택밖에 못 드려요. 만약 저희가 돈을 많이 번다면 직접적으로 지원이 가능해지고 정말 아티스트들의 장을 열어줄 수 있게 될 테니 그게 가장 큰 목표겠죠.
함현희 저희는 열정이 있으신 분들을 뒤에서 밀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미래의 공상온도는 어떤 모습일까요?
함현희 방금 질문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하는데, 공상온도가 혼자서도 잘 운영이 되어서 더 많은 작가들에게 지원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이현지 더 많은 아티스트분들이 더 큰 장을 만들고, 더 나아가서 아티스트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어요. `여기 가면 누가 있대`, `여기 가면 누구 볼 수 있을 거야`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모이면서 서로 친해질 수 있고,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어쩌면 아티스트끼리 콜라보를 하는 계기도 제공할 수 있는, 진짜 예술의 장이 되었으면 해요. 처음 여기를 시작하면서 생각했던 것이기도 하고,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이니까 정말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 라고 바라고 있어요.
김비키 저도 비슷한 의견인데, 제가 매니악한 것들을 추구해서 그런지, 좀더 매니악한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그래서 공상온도만의 성격이 생기면 좋겠어요. 여러 대안공간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공상온도는 무엇이 다른가 가 앞으로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공상온도를 생각했을 때 추상적이더라도 무인가가 연상되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공상온도를 오게끔 하는 에너지가 되면 좋겠어요. 공간은 많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