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오징어게임 힘입은 ‘K-아트’
한국 미술, 디자인·상상력 강점
정보·시스템 부재가 안팎 걸림돌
한국문화·작품 배경 정보 알리고
작가·큐레이터 발굴·육성 나서야
그룹 방탄소년단(BTS),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영화 ‘기생충’까지… K-콘텐츠의 ‘글로벌 파워’에 문화예술 각 분야에서 ‘한류 기대감’ 커지고 있다. 미술계에선 지금부터 ‘미술 한류’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최근 미술계 관계자들은 “K-아트는 향후 5년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청신호를 내놓고 있다. K팝, K드라마 등의 인기로 K-컬처 전반에 대한 관심이 커져 “한국 미술에도 마침내 기회가 왔다”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룬다.
김성림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17, 18세기 유럽에는 시노아즈리(Chinoiserie)라는 중국 문화 열풍이 있었고, 19세기 중후반에는 자포니즘(Japonism)이라는 일본 문화에 대한 동경과 심취가 있었다”며 “20세기 후반, 21세기 초반인 지금은 드라마와 음악 등 한국 것에 대한 지지와 호응이 있다. 한국문화의 전성기가 왔고, 우리는 그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각 지역에선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국의 미디어아트, 현대미술 분야에서도 우리 작가들이 약진하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관계자도 “서구 주류 미술관들은 백인 남성 작가 주류의 미술계를 다양화시키고자 하는 수요가 있어 한국미술 소개에 적기가 왔다”고 말했다.
‘미술 한류’에 긍정적 신호가 켜진 만큼 미술계에선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2년을 “미술한류의 원년”으로 천명했다. 내년부터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등지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주도하는 ‘한국미술 특별전’이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성림 교수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내년부터 미국 내 유명 미술관에서 6개월에 걸쳐 박대성 화백의 전시 투어를 진행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지금까지 대중문화가 한류에 앞장섰다면 이젠 순수예술도 그 흐름에 기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부터 국제 무대에서 한국미술의 존재감이 확실히 드러나는 때가 되리라 본다. 미술 한류의 본격화는 이제부터다”라고 강조했다.
■ 뛰어난 디자인·놀라운 상상력…K-아트 경쟁력
전 세계 미술에서도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우리의 전통미술과 근현대 미술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KF가 설치한 해외 미술관의 독립된 한국실만 해도 미국, 유럽, 남미 전역에서 28개나 된다.
해외 미술관, 박물관에 전시된 한국미술 작품은 다양하다. 전통미술 중엔 도자기나 공예가 다수를 차지한다. 현대미술에선 전 세계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크로우 미술관엔 수묵화, 경대, 옻칠 서류함, 직물, 도자기 등 다양한 소장품과 현대미술 149점을 소장하고 있다. 100점의 한국미술을 소장하고 있는 미국 후드 미술관은 고려, 조선시대의 자기를 비롯해 현대미술 작가인 서도호, 니키리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미국 버밍엄 미술관은 일찌감치 한국미술을 소개했다. 1982년 도예가 노경조의 전시회를 열었던 것이 시작이다. 미국 남부 지역 최대 규모인 205점의 한국미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백남준의 작품도 확보한 미술관이다. 영국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은 1980년대 이후로 한국 작품을 꾸준히 수집, 1800년대 이후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해외 미술관이 소장한 한국의 전통 미술품은 대체로 기증작이 많다. 버밍엄 미술관이 소장한 ‘구운몽’(1756~1816년 추정)도 한국과의 인연이 있는 일가에서 기증했고, 클리블랜드 미술관이 소장한 고려청자 등은 모두 100년 전 세브란스 일가에서 기증한 작품이다.
세계 무대에서 바라보는 한국미술의 경쟁력은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창의력”이다. 그레이엄 보처 버밍엄 미술관 관장은 “한국의 전통미술은 수백년 전 작품인 데도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 감각이 강점이고, 현대미술은 재미와 상상력이 바탕하고 있다는 점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국내 미술계의 평가도 비슷하다. 작가들의 “섬세한 손기술과 표현 방식”은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경쟁력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이에 더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시아권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유학파가 많이 등장해 해외 문화를 익숙하게 소화하는 작가들이 늘었다. 이들은 이질적 문화, 타국 문화 수용의 폭이 넓어 이를 자기만의 표현으로 해석하는 방식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