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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헤더윅 “사람을 결집시키는 공간을 디자인”
201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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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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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항상 영혼이 없는 디자인과 영혼이 있는 디자인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어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천편일률적인 건물을 볼 때마다 왜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가장 인간적인 접근 방법에서 출발해요. 특이한 것을 찾았을 때 그것에 대한 가치부터 생각해봅니다.”

건축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49)은 14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된 ‘헤럴드디자인포럼 2018’에서 ‘감성적인 디자인 접근법(A soulful approach to design)’이라는 주제로 연단에 올라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의 가구박물관을 방문했을 때도 한국의 고유한 양식에 매료됐다”며 “특히 그 중에서도 ‘죽부인’이 인상깊었다”며 장난스레 웃었다.

헤더윅은 가구 디자인부터 건축ㆍ도시설계까지 24년 동안 폭넓은 분야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펼쳐보이고 있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다. 그가 이끄는 ‘헤더윅 스튜디오’는 디자인ㆍ제작ㆍ건축 등 다방면의 전문가 200여명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집단 토론과 협업을 통해 매번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헤더윅은 이날 강연에서 헤더윅 스튜디오의 대표 프로젝트를 집중 소개했다. 먼저 그는 2015년 완공된 싱가포르 난양 과학기술대학 ‘러닝 허브(Learning Hub)’ 빌딩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학교에 가지 않고도 원격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시대에 학교로 등교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한다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며 “러닝 허브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을 통합시키는 새로운 교육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직적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 수평적인 교육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타원형 구조의 교실 12개를 만들고, 이러한 공간이 문을 통해 연결되는 유기적인 구조를 완성했다”며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나선형 건물 사이사이에 빈 공간을 마련해 자라나는 식물이 건물의 일부가 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꼼꼼하게 준비한 사진자료로 청중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어 헤더윅은 2016년 건축한 아프리카의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미술관(Zeitz MOCAA)’을 소개했다. 그는 곡물 저장고의 길고 높은 원통형 사일로(Silo) 구조를 새롭게 디자인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오래된 장소에 미술관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했다. 헤더윅은 “과거의 건축물은 사람들을 결집시키기보다, 분리시키는 공간이 많았다”며 “자이츠 현대미술관의 경우 낙후된 곡물 저장고를 원형으로 베어내 독특한 형태를 구현하고, 관광객들이 자연스레 호기심을 갖고 내부로 유입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헤더윅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구글 런던 신사옥 설계 과정도 설명했다. 그는 “6년 전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그 어떤 ITㆍ벤처 회사도 어떤 근무환경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시각화하지 않았다”며 “구글 직원 4000여명이 ‘일하고 싶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구글이 만든 여러 제품을 조사ㆍ분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종의 ‘패치워크’처럼 여러 공간을 퍼즐처럼 조합하고 그 사이사이 뜰을 마련해 서로 이웃마을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며 “또 모든 직원들이 충분한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유리 돔을 덮어 자연 친화적인 공간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헤더윅 스튜디오는 뉴욕 건축회사 ‘콘 페더슨 폭스(Kohn Pedersen Fox)’와 협업해 싱가포르 창이 공항 5터미널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는 “사람을 압도하는 거대 공항이 아닌, 인간중심적인 공항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다음에 헤럴드디자인포럼에 또 오게 되면 창이 공항 프로젝트가 어떻게 완성됐는지 설명하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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