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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베니스비엔날레] 정치적 특수성 내세운 한국건축…결과는?
201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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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2018베니스비엔날레] 정치적 특수성 내세운 한국건축…결과는?

헤럴드경제(베니스)=이한빛 기자] 세운상가(1967), 구로 산업박람회(1968), 엑스포70 한국관(1970), 여의도 마스터플랜(1969). 

산업화, 근대화가 한창이던 1960년대 말 한국의 풍경이 펼쳐진다.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이하 기공)’는 한국 개발체제의 싱크탱크였고 동시에 당대 최고 한국 건축가들이 모였던 조직이었다. 이들은 다양한 작업을 통해 국가의 개발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한편, 건축적 유토피아를 실험하는 등 양가적 행태를 보였다. ‘시민공간(civic space)’개념이 부재하던 시절 만들어진 한국의 ‘자유 공간’은 사실 정치적 욕구의 산물이라는 것이 슬픈 진실이다.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제 16회 국제건축전 한국관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업은 기공의 작업을 살펴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아무런 맥락없이 갑자기 주어진 ‘자유공간’에 맥락을 부여하는 작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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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ㆍ위원장 직무대행 최창주)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미술계 행사인 베니스비엔날레 제16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를 24일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서 개막했다.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을 주제로 펼쳐지는 한국관 전시는 예술위가 커미셔너를 맡고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상임이사가 예술감독으로 전시를 총괄하며, 최춘웅ㆍ박정현ㆍ정다영 공동큐레이터가 참여했다. 한국관은 두 개의 아카이브와 김경태, 정지돈, 설계회사, BARE(바래), 김성우, 최춘웅, 서현석 등 건축가와 아티스트 7인(팀)의 신작을 선보인다. 

개막 당일 찾은 한국관은 전세계에서 찾아온 건축계 관계자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일반 관람객은 물론 관계자들의 호평도 쏟아졌다. 세계 최고 큐레이터로 꼽히는 한스 울리히와 세계 미술시장 ‘큰손’인 샤르자재단 후르 알 카시미 공주가 공식 오픈 하루 전인 VIP오픈일(23일)에 한국관을 찾았다. 알 카시미 공주는 한국관을 국가관 중 가장 먼저 방문했고, 전시된 작품 중 1개를 샤르자재단에서 전시하고 싶어한다는 후문이다. 24일엔 중국 최초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건축가 왕슈가 한국관을 방문, 30여분 동안 꼼꼼히 둘러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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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운상가, 구로 산업박람회, 엑스포70 한국관, 여의도 마스터플랜 등 기공의 작업을 50년이 지난 지금 동시대 건축가들의 눈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은 관람객의 발길을 오래 붙들었다. 일방적인 전면 재개발이 새로 만들어진 공공영역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선제적 계획을 제시한 ‘급진적 변화의 도시’(김성우)는 세운상가의 도심내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구로 산업박람회 건물은 수많은 공순이ㆍ공돌이를 양산했던 구로공단의 출발점이었다. 두 사람이 서면 꽉 차는 공간에서 5~6명이 공동으로 생활하며 2교대 근무를 소화했던 ‘벌집’가옥은 2018년 현재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바래(정진홍ㆍ최윤희)는 부직포로 제작한 벌집형태 구조물인 ‘꿈 세포’를 통해 1968년부터 현재까지 구로지역을 살펴본다. 한국 건축이 세계적 조류와 발맞춰 가고 있음을 보여주려했던 엑스포70 한국관은 당시 건축가들이 고민했던 ‘해프닝적 공간’(내러티브가 없고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을 모티브로 제작한 작업과 나란히 놓였다(빌딩 스테이츠ㆍ강현석, 김건호). 마지막으로 기공의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여러 층위로 나누어 중첩시킨 ‘미래의 부검’(최춘웅)은 정치적 관여 없이 건축가들의 생각대로 여의도가 완성됐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게 만든다. 

이외에도 엑스포 70을 주제로 올해 발표한 단편소설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정지돈), 자유 공간으로서의 서울을 맥거핀 삼아 1960년대~70년대 이루어진 근대화 궤적을 추적하는 영상작업인 ‘환상도시’(서현석), 기공의 4개 프로젝트 사이트에서 추출한 돌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한 ‘참조점’(김경태)도 출품됐다. 
 
한편, 2018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은 아일랜드 여성건축가인 이본파렐(Yvonne Farrell)과 셸리 맥나마라(Shelley McNamara)가 총감독을 맡았으며 ‘자유공간’을 주제로 제시했다. 아르세날레를 중심으로 하는 본전시에는 71개팀, 스페셜 섹션 29개팀을 비롯 국가관 전시엔 65개 국가가 참여했다. 한국작가로는 서도호 작가가 아르세날레에서 열리는 ‘어플라이드 아트 파빌리온’에 영상물을 출품하기도 했다. 
올해 건축전은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프리뷰 기간을 거쳐 5월 26일 공식 개막하며, 11월 25일까지 6개월간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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