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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유현준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다양성"
20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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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건축가 유현준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다양성"

[인터뷰] tvN ‘알쓸신잡2’ 출연…건축가 유현준 홍대 교수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한 세대의 선배님들과 장시간 허심탄회하게 다양한 분야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마치 집중적인 세미나를 마치고 온 기분이랄까요.”
 
건축가 유현준(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48)은 영화 ‘건축학개론’ 이후 현재 가장 대중적인 건축계 아이콘으로 꼽힌다. 케이블 방송으로는 이례적인 시청률 5% 중반을 찍으며 인기를 얻은 tvN의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2’에 건축분야 전문가로 참여하면서다. 
 
이전부터 ‘명견만리’ ‘어쩌다 어른’ ‘20세기소년탐구생활’ 등 교양과 예능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려 온 그는 ‘알쓸신잡‘을 계기로 대중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섰다. 방송 외에도 각종 강연과 칼럼을 통해 건축이라는 전문 분야 이야기를 대중언어로 풀어나가며 갈채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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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8년 2월10일부터 15일까지 헤럴드디자인투어가 진행하는 ‘UAE 아트로드 탐방‘에 현지 강연자로 참석하는 유현준 교수를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유현준건축사사무소에서 만났다. 헤럴드디자인투어의 UAE 아트로드 탐방은 지난 11월 아부다비에 문을 연 프랑스 국립 루브르박물관의 해외 첫 별관인 루브르 아부다비를 비롯해, 아부다비와 두바이 지역의 건축물들을 탐방하는 여행 프로젝트다. 

 

유현준 교수는 방송에서 보여지는 것보다도 더 ‘동안’ 외모에 수시로 얼굴이 빨개지는, 이른바 ‘볼 빨간’ 40대의 모습이었다. 나이 마흔 다섯이 돼서야 술맛을 알았지만, 금세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 탓에 술도 자제한다고 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하며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그는 대화를 하면서 스스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때마다 수시로 볼이 상기되며 동시에 눈을 반짝였다. 
 
▶“건축계 밖에서 건축에 관한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죠”=“생활이 달라진 건 별로 없어요. 몇 분이 알아보시거나 강연이 끝나면 사진을 찍자는 분들이 많아진 정도죠.”
최근 ‘알쓸신잡2’ 마지막 녹화를 마친 유 교수는 방송 이후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남자들, 그것도 ‘아재’들끼리만 떠드는 방송 콘셉트에 대해 일부 비난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여자가 끼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지 않느냐”며 가볍게 받아쳤다. 그것은 마치 “여자들끼리 있는 모임에 남편 한 두 명이 끼어있는 것 같은 불편한 느낌”일 거라면서. 그만큼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솔직하게 방송에 임했다는 거다.
“‘알쓸신잡’은 ‘재즈’를 연주하는 것과 비슷해요. 상대가 하는 이야기에 따라 그에 맞는 이야기로 받아쳐야 하니까요. 할 이야기를 잔뜩 머릿속에 넣어놓은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을 수 없죠. 그래서 방송 초반에는 이것 저것 준비했던 이야기들을 하려고 했지만, 4회쯤부터는 편하게 했어요. 즉흥적으로요.”
 
알쓸신잡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난 것처럼, 유 교수는 건축계 밖에서 더 많은 건축적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건축계 사람들을 만나면 하는 얘기가 만날 똑같아요. 설계비가 왜 이렇게 적냐. 세상이 왜 이렇게 나를 알아주지 않느냐. 그래서 저는 건축계 사람들 안 만나요(웃음). 학교 다닐 때도 학과 친구들하곤 안 친했어요. 다양한 전공자들을 만나는 게 훨씬 더 재밌거든요. 그 안에서 배우는 것도 더 많고요.”
 
대중매체를 통해 얼굴을 알리며 급격히 ‘떴지만’ 유 교수를 비롯한 방송 탄 전문가들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은 면도 있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아요. 여지껏 건축은 어렵게만 비쳐지고 외계어를 쓰는 듯 외부와 소통이 안 됐는데, 그런 면에서 긍정적이라고요. 선배들이 말씀하시길 TV에 출연하는 건축가는 딱 두 부류래요. 너무 어렵게 말하거나 ‘양아치’거나. 그래도 저는 그 분들이 아는 ‘일반적인’ 건축가와 비슷하다나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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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계는 그들만의 리그…그것이 내가 방송하는 이유”=“건축계 일부에서는 저를 날라리로도 볼 거예요. 그나마 현재 학교에 소속돼 있고 국내에서 건축상 받은 경력이라도 있으니 다행이죠.” 
 
한국 건축계에는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축가협회, 새로운건축사협의회 등 파벌로 무리지어진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한다. 유 교수는 파벌 위주의 한국 건축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세대에 속한다. 그는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와 하버드대에서 각각 석사를 마치고 리차드 마이어 아키텍츠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0년대 중반 쯤 유 교수와 같은 유학파 건축가들이 설계 교수로 대거 대학에 진입하면서 앞 세대와는 다르게 ‘파벌’에 속하지 않는 부류도 늘었다.  
 
유 교수는 건축에서 ‘다양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았다. 그러면서 한국 건축의 획일화에 대해 지적했다. 그 중에서도 ‘양계장’처럼 획일화한 학교 건축이 전체주의적 사고를 양산하고 있다고 했다.  
 
“제 건축 철학은 단순해요. 사람들끼리 화목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거죠. 그러기 위해 선언돼야 할 것은 다양성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적정 수준을 지키는 것, 그걸 건축이 해 줄 수 있다고 봐요.” 
 
그는 특히 양극단의 성향을 가진 정치 지지자들을 예로 들며 “신념이 너무 강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강한 신념을 갖는 것이 성공의 미덕처럼 여겨지는 한국 사회에서 이색적인 태도다. 그는 누군가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도 “죄송합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래요”라고 사라진단다. 최근 페이스북에 쓴 글이 논란이 되자 바로 계정을 폐쇄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다양성과 사고의 유연성을 중요시하는 ‘자유주의자’에 가깝다는 유 교수는 건축주와의 관계에서도 이같은 태도를 유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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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뭐라고요. 건축주가 ‘아니다’라고 하면 저는 ‘음, 아닐 수도 있지’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시 설계를 해보는 거죠.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말예요. 그러한 과정을 통해 건축주도 건축가도 만족스러운 답을 찾고 나면 어느새 훌쩍 커 있는 저를 발견하게 돼요. 제 스스로 껍질을 깨는 과정이랄까요.” 
 
가장 큰 영향을 준 건축가로는 안도 다다오를, 좋아하는 건축 스타일로는 리처드 마이어를 꼽은 유 교수는 2013년 전라남도 신안군 압해읍에 설계한 복지회관으로 내년 2월 ‘독일 디자인상’(German Design Award)을 받는다. “내년부터는 ‘방송인’이 아닌 건축 작품으로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그는 현재 세종시 산성교회를 비롯해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더불어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물론 책도 쓰고 방송도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할 예정이다. 그러한 ‘자극’을 통해 건축에 관한 아이디어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모든 분들이 건축 공간을 읽을 수 있는 나름대로의 눈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어떻게요? 가령 제가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열심히 본다던지요.(웃음)” 

amigo@heraldcorp.com
■ 원문보기: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171222000276&ACE_SEARCH=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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