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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q episode 윤용재
201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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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aloq episode 윤용재

By 한성주 (스토리텔러)

디지트(DIGIT, digitart.kr)에서 카페 겸 대안 공간 aloq episode(알록 에피소드)를 운영하고 있는 윤용재를 만났다.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연극연출과를 전공하고, 부전공으로 예술경영학과를 전공한 그는 2016년 9월부터 예술가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 알록 에피소드를 운영하고 있다.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황금 새장이 눈길을 끌었다. 깔끔한 모노톤의 카페 벽 한 켠에는 이샤 작가의 풍경 시리즈를 전시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알록 에피소드는 어떤 곳인가요?
알록 에피소드는 예술가들에게 무료로 공간을 빌려주면서, 연극, 전시, 세미나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카페 겸 복합 문화∙예술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는 두 가지 슬로건이 있어요. 첫번째는 `Make your own episode` 로, 이 곳에서 손님들 각자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는 뜻이에요. 두번째 슬로건은 `Art & Culture Society` 인데, 문화,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 또는 창작하는 사람들이 와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소망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전시 같은 경우는 웹에 공고를 올리거나 밖에 붙여 놓은 포스터를 보고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카페 겸 대안공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번째로는, 제가 연극 연출을 하는 입장에서 극장은 예술을 위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제한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어요. 공연을 보면서 와인이나 맥주 한 잔을 자유롭게 마시지 못하는 분위기에 대해서 항상 의문을 갖고 있었어요. 두번째로는,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에서 공연을 한다면 정말 매력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책을 읽어도 되고, 작업을 해도 되고, 혼자 음악을 들어도 되는 복합적인 공간이잖아요. 그런 공간에서 공연을 한다면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세번째로는 서울에서 복합 문화∙예술 공간을 운영하는 분들이 실제로 창작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하고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어요. 과연 상업적이지 않고서도 지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완전히 무료로 공간을 빌려주는 곳을 찾기 힘들기도 하고요.
알록에피소드라는 이름이 굉장히 특이합니다.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처음에는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사업자가 필요해져서 이름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마지막 목표는 나중에 만들 공간의 이름을 정하는 거였죠. 알파벳으로는 네다섯 글자였으면 좋겠고, 한글로는 두세 글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거의 한 달은 이 고민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생각한 단어가 `알록달록`의 `알록(aloq)`인데, 동그라미랑 작대기밖에 없는 글씨 조합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그리고 `알록`에 덧붙여서,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의미로 `알록 에피소드`라고 짓게 되었어요.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나요?
카페 인테리어를 해준 SET이라는 인테리어 팀이 입구에 있는 쇼룸 디자인도 담당하고 있는데, 쇼룸의 주컬러에 따라 주스 패키지나 주스 색을 맞추는 식으로 카페의 전체적인 컬러를 맞추고 있어요. 매번 어떤 디자인이 나올지는 그 친구들만 알고 있어요. (웃음) 그리고 저의 원래 의도가 예술가들이 자신이 창작한 것들을 부담없이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기 때문에 공연, 세미나 같은 활동에는 음료티켓 외에는 대관료를 받고 있지 않아요. 전시는 티켓도 존재하지 않아서 완전한 무료인 거죠. 이러한 지원이 많아져야 예술가들이 현실적인 문제에 덜 흔들리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동시에 저희의 공간이 알려지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기업 행사를 위해 빌리는 것처럼 상업적이거나 또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사는 대관료를 받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이 공간은 카페 손님과 예술을 즐기러 오는 분들을 위한 곳인데, 상업적인 행사로 하루를 빌린다면 그 분들이 불편함을 겪게 되니까요. 어떻게 보면 더 까다롭게 구는 거죠.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 예술을 하는 입장으로서 직접 겪었던 어려움이 있었나요?
실제로 연극 연출을 하면서 아슬아슬한 상황이 많았어요. 작은 연극을 하고 싶어서 소극장을 빌리는 경우에도 한시간에 2-30만원을 지불해야 했고, 리허설시간, 공연이 끝나고 관객이 머무는 시간 등 전체 시간을 따지면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공간비가 차지하기도 했어요. 사실 지원금 같은 경우에도 활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는 한 번의 공연을 위해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누군가는 아예 공연을 하지 못 하게 되는 실정이었어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깝고 나도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뉴욕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상황은 똑같더라고요. 좋은 공연, 좋은 전시라고 해서 공간을 선뜻 무료로 빌려주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좋은 기회로 와인바가 배경인 공연을 실제 와인바에서 무료로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공연 티켓을 다 팔아도 적자인 상황이었는데 정말 다행이었죠. 주인 아저씨께서 너무 마인드가 좋으신 분이었어요. 이런 경험들이 계속 예술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꿈을 키우게 한 것 같습니다.

예술가가 많이 모이는 특성을 이용해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 생각이 있나요?
의도적으로 만든 커뮤니티는 자칫 잘못하면 집단화, 고착화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살면서, 어떤 집단이 생기면 그 집단 밖의 사람들을 배척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던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경험을 많이 하기도 했어요. 사실 사회에 그런 모습들이 굉장히 많이 숨어 있어요.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하지만 다른 지역에 있는 비슷한 성격의 공간들과 같이 협력하려는 시도는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연결 고리를 만들 수도 있고, 일정 공유를 하기도 하면서 좋은 힘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꿈꿔왔던 공간을 실제로 제공하면서 새롭게 느끼는 점이 있다면?
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카페라는 공간의 특성을 이용해서, 바에서 연극을 시작하신 분도 있었고, 인터랙티브 전시를 하면서 손님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시를 한 분도 계세요. 파티 형식으로 세미나를 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행사도 있었고요. 저는 이런 자유로운 모습이 엄청 좋았어요. 이런 행사들을 훔쳐보면서 저희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해요.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활동이 많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저희 공간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생활의 문제 때문에 기본적인 예술가의 수가 적어요. 정말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아직은 많이 열려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여기는 공연장이 아니니까, 여기는 갤러리가 아니니까 예술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계신 것 같아요. 또, 반대로 전시를 관람하시는 분들께서는 전시하고 있는 작품을 작품이라고 인식하지 않으시거나, 갤러리에 있는 작품보다 쉽게 탄생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갤러리나 공연장처럼 딱딱한 공간이 아니다 보니까 생기는 새로운 문제점인 거죠. 모두 예술인과 일반인의 거리감에서 나오는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서로 간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알록 에피소드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갈 곳 잃은 작품이 많이 오면 좋겠어요. 그런 작품이 우리 공간에서 계속 사람들에게 보여진다면 웰메이드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공간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싶어요. 이를테면, `내가 오래 전에 이 곳에서 첫 공연을 했었다`던지 `예전에 전시할 공간을 못 찾고 있었는데, 이 곳에서 전시를 했었다. `고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저도 제 전공을 살려서 그 분들을 도와줄 수도 있고요. 그리고 창작자 분들이 여기서 편하게 작업을 하면서 예술을 안 하는 사람들과의 간극이 좁아졌으면 해요. 그리고 그 역할을 카페가 제일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번에 공연했던 사람이 오늘은 커피를 마시면서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말도 걸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인 거죠. 예술을 하는 사람이던, 안 하는 사람이던 서로 마음을 열고 편하게 소통하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또다른 목표는 예술가들이 저희 공간에 와서 오히려 돈을 벌어가면 좋겠어요. 그만큼 저희도 더 노력해야겠죠. 제한이 없는 공간인 만큼 더 많은 분들이 와서 더 많은 공연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희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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