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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브랜드를 만나는 새로운 방법
20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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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럭셔리 브랜드를 만나는 새로운 방법

 By 홍연진 (스토리텔러)

럭셔리 브랜드들이 연 전시회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화려한 전시의 관람료가 모두 무료라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럭셔리 브랜드가 예술 작품을 즐길 기회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처음에는 브랜드의 이미지 메이킹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했다. 예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하려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감이 컸다.

하지만 패션 다큐멘터리 영화 <디올 앤 아이>를 보고 난 후 패션쇼에 등장하는 의상이 단순히 판매를 목적으로 한 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몇천 장의 디자인 도안을 구상하고,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재료를 구하고, 각자 맡은 자리에서 장인 정신을 발휘하고, 수많은 검토와 수정을 거치는 과정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팔기 위한 상품이기 이전에 열정과 노력이 한 데 녹아든 예술작품이었다. 럭셔리 브랜드가 전시를 여는 이유는 상업성을 모두 내려놓은 채 자사의 제품을 예술작품으로 바라봐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한 것이다.

자사의 제품을 직접 전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대 미술 작가들을 후원하며 브랜드 이름을 내건 전시도 있다. 일례로 까르띠에 재단은 시대를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디자인, 사진, 회화, 비디오 아트, 패션,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현대 예술의 장르를 아우르며 후원하고 있다. 예술가들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고, 대중과 만날 수 있도록 전시도 개최하고 있다. 이 경우 해당 브랜드가 예술에 대해 깊은 애정과 관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중은 자연스럽게 그들이 표방하는 가치와 사회 공헌에 주목하게 되고, 브랜드 측은 이미지가 제고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현재 서울에서 <하이라이트>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 展, 아뜰리에 에르메스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 展, 루이 비통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展, 샤넬 <마드모아젤 프리베> 展이 개최되고 있다. 네 전시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1. ‹하이라이트›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 展

<사진 출처=까르띠에>

<하이라이트>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 展은 2017년 5월 30일부터 8월 1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까르띠에는 1984년 10월 20일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을 설립했다. 설립 이래로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고무시키는 데 꾸준히 기여하고 있다.

이 전시는 까르띠에 재단과 서울시립미술관의 협업으로 대중에게 론 뮤익, 데이비드 린치, 사라 지, 레이몽 드파르동, 쉐리 삼바, 클라우디아 안두자르, 장 미셸 오토니엘 등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서 박찬욱과 박찬경의 파킹찬스, 이불, 선우훈과 같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도 선보이게 되는데, 이 작업들은 까르띠에 재단 소장 작품들과의 연관성 속에서 함께 전시된다.

한국 디자이너 이세영_논스탠다드 스튜디오가 전시 디자인을 맡았다. 세 개 층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관람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2. 아뜰리에 에르메스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 展

<사진 출처=에르메스>

아뜰리에 에르메스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 展은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에서 2017년 5월 20일부터 7월 23일까지 열리는 전시이다. 에르메스 측에 따르면 이 전시는 “예술 그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 삶으로서의 예술”을 제안하며 동시대 작가들의 창작을 후원해왔던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지난 10년 간의 활동을 재조망하고, 향후 10년의 방향을 가늠해 보려는 의도로 기획됐다고 한다.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O philoi, oudeis philos)”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했던 말이라고 전해진다. 친구라고 부르다가 곧바로 친구는 없다고 하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현대미술을 통해 이러한 양립성과 이중성을 다뤄왔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젊은 작가들이 마치 친구를 부르듯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과거를 현재로 불러내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라는 또 다른 친구에게 투영하는 다중 협업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협업 과정에는 김민애, 김윤하, 김희천, 박길종, 백경호, 윤향로, 여섯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3. 루이 비통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展


<사진 출처=루이 비통>

루이 비통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展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17년 6월 8일부터 8월 27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의 취지는 창립 초창기 주역뿐만 아니라 루이 비통의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1854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메종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한다. 패션 전시의 대가로 잘 알려진 큐레이터 올리비에 사이야르(Olivier Saillard)가 기획했다.

루이 비통의 역사는 앤티크 트렁크에서부터 시작한다. 현대적 감각으로 디자인된 이 트렁크에는 루이 비통의 대표적인 상징들과 시대를 앞서 나갔던 도전 정신이 담겨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루이 비통 아카이브에 소장한 다양한 오브제와 문서를 비롯해 파리 의상 장식 박물관 팔레 갈리에라(Palais Galliera, Musée de la Mode de la Ville de Paris), 프랑스 필하모니 드 파리(Philharmonie de Paris) 산하 음악박물관(Musée de la Musique) 소장품 및 개인 컬렉션들을 만나볼 수 있다.

4. 샤넬 <마드모아젤 프리베> 展


<사진 출처=샤넬>

샤넬 <마드모아젤 프리베> 展은 디뮤지엄에서 2017년 6월 23일부터 7월 19일까지 개최된다. 샤넬의 창립자인 가브리엘 샤넬과 창조적인 시각으로 샤넬의 새로운 미래를 연 칼 라거펠트의 컬렉션, 소장품, 사진 등이 공개된다. 증강현실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와 한국적인 색채를 융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칼 라거펠트의 오뜨꾸뛰르 디자인과 가브리엘 샤넬이 생전에 유일하게 선보였던 하이 쥬얼리 컬렉션인 1932년 ‘비주 드 디아망’의 리에디션, 그리고 샤넬 N˚5 향수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현재 ‘마드모아젤 프리베’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티켓 예약을 하고, 전시 관련 정보와 티저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네 전시 모두 각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대부분의 전시 장소가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곳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뛰어나다. 게다가 관람료도 무료이기 때문에 사전에 예약만 한다면 부담 없이 보러 갈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가 개최하는 전시에 반감을 품는 사람들도 막상 전시를 보게 되면 생각이 바뀔 수 있다. 부와 명예를 자랑하는 상품이 아닌 예술작품으로서 그것을 감상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혹은 브랜드 측에서 마련한, 미술에 대한 애정을 담아 후원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귀한 자리이기도 하다. 이번 여름, 이 좋은 기회와 자리를 놓치지 말고,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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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디자인#예술#브랜드#명품#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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