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news
home NEWS ART
ART
영화 <아가씨>로 알아보는 미장센의 세계
2017.06.16
edit article
헤럴드디자인

영화 <아가씨>로 알아보는 미장센의 세계

By 안희찬 (스토리텔러) 

과거 필자는 볼 영화를 선택할 때 영화의 소재나 주제만 보고 결정했다. 오로지 영화의 내면만 본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의 외적인 면도 고려하기 시작했다. ‘미장센’을 고려한 것이다. 미장센은 간단히 말해서 카메라 앞에 놓이는 모든 요소들을 뜻한다. 화면 내의 모든 것이 연기한다는 주장 아래 펼쳐지는 연기, 분장, 의상, 조명 등이 모두 미장센이다. 영화가 빚어내는 모든 아름다움을 카메라 렌즈에 담아내는 매혹적인 작업. 이 작업의 뒤에는 ‘디자인’이 자리 잡고 있다. 감독은 미장센을 통해 본인만의 디자인 철학을 맘껏 뽐낼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은 독보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미장센의 거장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만나보자.

1. 코우즈키 (조진웅)

11.jpg

<코우즈키의 대저택, 사진 출처 : 아가씨>

<아가씨> 미장센의 시작은 코우즈키의 대저택이다.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된 이질적인 세계를 묘사하고 싶었다는 박찬욱 감독의 말처럼 코우즈키의 대저택은 모순적인 디자인을 자랑했다. 이 대저택은 일본 근대 시기에 지어진 저택 중 일본 전통 양식과 유럽 양식 혼재된 디자인이다. 관객들은 색다른 디자인의 집을 보면서 박찬욱 감독의 미장센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12.jpg

<코우즈키의 서재, 사진 출처 : 아가씨>

 이 디자인은 외관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히데코의 낭독회가 열리는 코우즈키의 서재를 보자. 코우즈키의 서재는 무대와 관객석, 두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무대에는 일본 특유의 소박한 감성이 살아있는 다다미 양식을 사용했다. 그 앞에는 일본식 정원을 설치해 멋을 더했다. 관객석은 개방성이 돋보이는 계단식 객석으로 구성했다. 이 서재는 프로덕션 디자인을 활용하여 만들었다. 그만큼 박찬욱 감독이 공들인 세트다.

박찬욱 감독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을 도입함으로써 고풍스러운 신선함과 세련된 영상미를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공간 자체가 내포하는 성격을 암시하는 효과도 낳았다. 대저택의 디자인은 일본인이 되고 팠던 코우즈키의 이상, 집착으로 느껴지는 코우즈키만의 왜곡된 욕망을 표현하는 도구로서 역할을 했다.

2. 히데코 (김민희)

겉으로만 보면 히데코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화려하고 수려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그녀의 옷과 장신구를 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아가씨>에서 히데코가 입고 나온 드레스만 해도 25벌이나 된다고 한다. 이에 맞는 모자나 각종 장신구 또한 수십 개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겉만 번지르르 한 것이었다. 그녀는 후견인 코우즈키의 억압과 핍박 속에 살고 있는, 허울 좋은 인형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면적 모습을 표현하는 것 역시 디자인이다.

13.jpg
<히데코의 방, 사진 출처 : 아가씨>

히데코 방의 디자인은 <아가씨> 미장센의 극치다. 일본미술이 자랑하는 원색적 색감과 장식성, 유럽의 향기가 묻어있는 우아한 소품, 곳곳에 배치된 산수화와 배경을 꾸며주는 청자와 백자가 뿜어내는 한국적 미 까지. 이 모든 게 조화를 이루는 장소가 히데코의 방이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의 미장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히데코의 방과 대조되는 디자인의 방이 있었으니 바로 침실이다.

14.jpg
- 히데코의 침실 (출처 : 아가씨)

이곳은 히데코의 방과 대조적으로 온통 어두운 계열의 블루 톤으로 뒤덮여있다. 다크 블루 톤의 컬러는 고독하고 슬픈 이미지를 상징한다. 즉 외면과는 반대되는 히데코의 내면을 상징 한 것이다. 나아가 주제의 완성까지 이룩했다. 박찬욱 감독은 히데코에 대한 억압과 핍박을 상징하는 침실에서 히데코와 숙희의 사랑을 완성함으로써 <아가씨>의 주제인 진취적인 여성상을 그려냈다. 

박찬욱 감독의 그간 특유의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내세워 완벽에 가까운 미장센을 창조했고 그로부터 나오는 고혹적인 영상미로 호평을 받았다. <아가씨>에선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디자인을 통해 표면적인 영상미는 물론이고 이면적인 의미까지 담아내며 ‘보이는’ 디자인이 아닌 ‘느끼는’ 디자인의 지평을 열었다. 앞으로 선보일 디자인이 더욱 궁금해지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였다.

keyword
#영화#시네마#디자인#미쟝센#아트#art#트렌드
share
LIST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