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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를 그리는 광고가 있다
201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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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카피를 그리는 광고'가 있다

 

남우리 (객원 에디터/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광고 대행사에서 광고의 크리에이티브를 담당하는 제작팀은 두 분야의 전문가가 협업을 한다. ‘문구’를 책임지는 카피라이터와 ‘그림’을 책임지는 아트디렉터. 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필연적 협력자의 운명이다 보니 혹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들의 업무를 칼로 무 자르듯 나누긴 힘들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위해, 이 두 전문가 그룹은 일반적으로 글, 그림 모든 분야에서 평등하게 싸운다. 코어 컨셉이 정해질 때까진 말이다. 이렇다 보니 가끔 카피라이터의 역량인지, 혹은 아트디렉터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오늘 칼럼에서 언급하려 하는 ‘카피를 그리는 광고’다.

  

눝.jpg

 

1) [SKT] LTE를 새로보면 ‘눝’

2013년에 온 에어된  SKT의 ‘눝’ 광고는 단연 이 칼럼의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이 광고의 파장은 대행사 내에서 꽤나 컸는데, SK텔레콤의 경쟁사를 담당하던 우리 팀은 비상에 걸렸었고,  어떤 선배님들은 늘 그렇듯 자신이 비슷한 아이디어를 이미 생각했었다며, 찬스를 빼앗겼다고도 했다. 3G 시대를 넘어 한 차원 빠른 스피드의 LTE서비스를 시작했던 SK텔레콤. LTE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용자 중심 서비스를 만들며, 소비자에게 그 달라진 면모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것이 광고의 목적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그렇게 [눝]광고가 세상에 나왔다. ‘눝’ 이라는 한 글자이지만 의미를 담은 그 그릇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첫째론 영어인 LTE에서 ‘자음 니은’, ‘모음 우’ ‘자음 티읕’ 의 한글의 형태를 찾아 서비스 네임을 친근하게 만들었다는 것. 짧고 귀여운 발음을 가지고 있는 [눝]은 LTE라는 어려운 기술용어를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편안하게 치환시켜주는 좋은 결과물임에 틀림없다. 거기에 ‘새로 본다 (세로 본다 + 새롭게 본다)’는 카피로 새롭게 태어난 서비스 본래의 정체성까지 강조하는 것이 두번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눝]의 강한 이미지에 ‘LTE’가 묻히지 않도록 로고 자체에 LTE가 잘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화룡점정이다. 정말 제대로 카피를 그렸다.
 
2)  LF몰 ‘냐’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을 때, 꼭 교과서처럼 따라오는 이야기, “크리에이티브는 이미 브랜드 자체에 숨어 있어.” 브랜드나 서비스의 이름을 새롭게 해석해 광고를 만드는 건, 교과서의 교육부 지정 문제풀이집 같은 결과물일 것이다.  ‘눝’을 잇는 광고의 정석 영상, LF몰의 바이럴 ‘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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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을 대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LF는 [눝]과 같은 공식을 활용했다. 외국어인 LF에서 친근한 한글을 찾아낸 것. L을 한글 자음 ‘니은’ 으로, F를 한글 모음 ‘야’로 해석했다. 재미있는 건, 이 해석이 따로 설명없이도 억지스럽지 않게 영상에 그려진다는 거다. 영상 속 아이모델이 “나 어버이날 어떡하냐?” 라고 물어보면 ‘냐’가 ‘LF’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식이다. 그림도 재미있는데, 스토리의 인과관계도 흠잡을 수 없다. 게다가 놀랍게도, 이 영상은 영상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하게 재밌다! 출퇴근 길에, 와이파이없이 데이터를 쓰며 영상을 볼 만큼! 정말이지, 카피를 제대로 그리며 할 것도 다 했다.

 

2016 LF몰 바이럴 영상 ’나 어버이날 어떡하냐’
(동영상 출처 : 유투브 채널 LF )

 

3) 2016 상반기 광고의 주인공, SSG의 ‘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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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대행사에 근무하며 가장 지겹도록 들었던 얘기가 “강남스타일 같은 광고 만들어주세요.”라는 말이었다. 매체비도 안쓰고, 유투브에만 올려도 미친듯이 바이럴이 되는 신 같은 광고를 만들어달라는 말이다. ("돈 없지만 돈 많이 쓴 것 같은 광고 만들어 주세요"의 순화된 표현이다)  그런데, 드디어 2016년에 이 지겨운 이야기가 멈췄다는 희소식이 들렸다. 대신 그 자리를 차세대 주자가 빠르게 채웠다. “쓱 같은 광고 만들어주세요!”

2016  SSG 광고 영상 ‘쓱’ 캡쳐
(동영상 출처 : 유투브 채널 SSG.COM)
 
SSG라는 브랜드 이름에서 ‘쓱’이라고 해석되는 브랜드의 강점까지. 설명하지 않아도, 무엇 하나 억지스러운 것 없이 잘 들어맞는다.  게다가 SNS에서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대접받으며 자발적으로 소구되고 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광고 자체로서의 역할도 대단했다고 한다. 광고가 온 에어 된지 16일 만에, 매출이 20퍼센트 신장했으니, 이 광고를 단순히, ‘카피를 그린 광고’의 예시로 말하긴 좀 어렵다. 난 굉장히 단단한 광고라고 말하고 싶다. 카피와 아트 뿐만이 아닌, 광고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요소가 원래부터 서로를 위해 만들어진 부품처럼 튼튼하게 버텨주고 있는 광고. 소비자는 아마 그 힘에 자연스럽게 끌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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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리는 홍익대학교 건축대학을 졸업했으며,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에서 카파라이터로 근무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S시리즈, 아모레 퍼시픽 라네즈, 마몽드 등의 캠페인을 담당했으며 2013년 칸 국제광고제 '영라이온스 필름' 부문의 한국 대표이기도 했다.
현재 광고 에이전시 "스튜디오좋"의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회사 이름대로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 꿈이며, 디자이너이자 아트디렉터인 남편 송재원과 24시간 알콩달콩 작업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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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광고디자인#크리에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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