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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다, Daylight 성정기 제품디자이너
201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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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디자인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다, Daylight 성정기 제품디자이너

By 허은미 (스토리텔러)

이 디자이너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 하나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이 없다. 그의 결과물에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있다.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을 거머쥐고 글로벌 디자인 회사 IDEO에 최초의 한국인 디자이너로 입사해 주목받은 성정기 디자이너는 디자인 기업 루나를 거쳐 Daylight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만나본 그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볼수록 깊게 우려낸 차처럼 은은하고 진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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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먼저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왜 ‘제품 디자인’을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A. 오브젝트와 제품, 형상, 3D 에 대한 막연한 관심과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거 같습니다. 어느 정도 스스로 나를 책임 질 수 있는 시기가 되어서 디자인을 계속 해야 겠다, ‘나의 일이다’ 라는 판단에서 재미있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사용하는 대상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타적인 마음이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증폭되었고.. 사실 그냥 하고 싶었죠(웃음). 

Q. 디자이너님만의 디자인 철학이 있으신가요?

A. 잘못된 것을 개선하는 것에도 중점을 두기는 하지만, 차별적 가치보다는 보편적 가치에 더 치중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디자인이 부분적으로만 쓰이고 잘못된 시각으로 보일 수 있어요. 과거 산업혁명에서부터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공예에서 디자인 단계로 넘어갈 때 보편적 가치로 쓰여 지게 된 것이 많아요. 즉 맨 밑에 깔려 있는 것은 보편적인 가치라는 거죠.  

 예전에는 제품수가 사람 수보다 적었지만 요즘에는 시계만 봐도 사람 수보다 많아요.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가 시계를 만드려고 한다. 저는 ‘새로운 시계를 만들 필요가 있나?’ 라고 질문을 던져요. 정말 필요한 가치인지, 단순히 경제적인 가치인지를요. 예전에는 다르게 하는 것, Different가 주목받았다면 최근에는 Better가 더 주목받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더 낫다’ 라는 것이 가치관의 문제라고 하면 올바른 가치, 올바른 디자인에 대한 고민에 비중을 두고 있어요.

Q. 디자인 과정 중에서 가장 공을 들이시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A. ‘어디에서 영감을 받을 것인가’하는 초기 단계에서 신경을 많이 쓰고 많은 경험을 하고자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기 위해서 디자인이라는 도구로 내가 살면서 느낀 점들을 소통하고자 하죠. 어떤 경험으로 어떤 영감을 받게 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 경험을 베이스로 디자인을 많이 하려고 하고, 어머니, 아내, 친구가 겪는 경험에서 나오는 작업들을 하려고 해요. 주변 사람들에게 화두를 던짐으로 인해 아이디어가 풍성해진다고 느낍니다. 낮은 단계의 생각들이 점점 깊이를 가지게 되죠. 

Q. 작업하셨던 디자인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제품을 소개해주세요.

1. 엘라스틴 샴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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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샴푸는 가치를 보편적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커요.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되어 있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샴푸를 하는 동안은 모든 사람들이 눈앞이 안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되죠. 그래서 모든 사람이 촉각으로 샴푸와 린스, 트리트먼트를 구분하도록 했어요. 예를 들어 트리트먼트는 모발을 윤기나게 하니까 텍스쳐를 윤기나게 하고, 린스는 모발으 부드럽게 펴주니까 세로 선 텍스쳐를 넣는 식으로요. 

기존의 물건들이 점자를 사용하는 사람, 점자를 모르는 사람과 구분을 지으려고 하는 것은 디자이너로서 또 하나의 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구를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장벽 없이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의도였죠. 

2. 수돗물을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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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병은 다른 분들에게 많은 피드백을 받은 제품이에요. 의도와는 달리 런던에 머물 전시에 한 할머니께서는 ‘손쉽게 열 수 있겠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죠. 우리나라는 옛날에는 수돗물을 그냥 마셨잖아요. 제가 캘리포니아 있을 때에도 그랬고요. 하지만 ‘생수보다 덜 깨끗할거야..’하는 생각이 어느 한순간에 생긴 게 아니라 10년, 20년 쌓였어요. 수돗물을 마시게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본적인 이야기를 다루어 신뢰감을 얻는 방법을 사용하고 싶었어요. 

3. 불편한 수도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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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디자이너들은 물을 아끼자는 메시지를 전할 때에도 뭔가를 더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물을 얼만큼 쓰는지 측정하는 장치를 단다거나.. 하지만 생각해보면 디자이너가 면죄부를 받은 게 아닌데, 뭔가를 더해주면서 ‘너는 줄여라’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모순적이라고 느꼈어요. 저는 오히려 재료를 줄이는 것으로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불편하지만 전체 지구를 보면 가치는 같아요. 다른 장치로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물 자체가 자극하게 하죠.

불편한 것을 편리하게 하려는 의도는 100년 이상 해왔어요. 하지만 많은 문제들이 생겼어요. 저는 불편함이라는 가치가 배제되어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어요. 디자이너가 편입된 시각, 이를테면 편리함과 불편함이라는 한쪽 디렉션을 가지고 있는 것이 공해, 계급 문제와 같은 것을 만들어 내고 있지 않은가에 대해 고민합니다. 불편함이 만들어낸 긍정적인 가치가 아닐 까 생각해요. 편리성만을 추구했다면 이런 시도는 안했을 거에요. 

Q. 앞으로 맡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A. 회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서 일을 해요. 제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자기가 클라이언트가 돼서 일하는 것을 시도하면 좋겠습니다. 실제 회사에서도 그런 것을 시도하려는 생각이 있는데. 그게 미래의 모습일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디자이너가 나만의 모습이 아니라 이타적인 모습을 가지고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클라이언트의 경우에는 뭔가를 잘하고 있는 회사를 더 잘하려는 데에 능력을 쓰기 보다는 스타트업이라던지 디자인의 파급력을 크게 할 수 있는 곳에 쓰자는 것이 회사의 가치에요. 디자인이 필요한 회사를 위해. 개인적으로 계속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상황이 왔을 때에 여력이 되어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저는 디자이너에게 도덕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도쿄에서 디자이너로 초청받아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일본 올림픽 엠블럼 표절 이슈를 가지고 한, 중, 일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해봤는데 결과만보면 비슷해보여도 뿌리부터는 다르더라고요. 창의의 문제라기보다는 도덕 의 문제 같아요. 공통적으로 책임을 느끼고 도덕적인 가치를 고민해볼 시기 같습니다. 스킬이나 언어도 중요하지만 가치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디자이너 ‘성정기’에 대해 궁금합니다. 디자이너님의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A. 꿈은 참 많죠. 제일 좋은 것은 이 회사에 온 이유도 하나인데 디자인에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단계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에요. 보통 기업에 가게 되면 저 정도 나이대가 되면 디렉터, 즉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저는 아이디어 짜고, 스케치 하고.. 이런 단계들을 계속 하고 싶어요. 지금 일하고 있는 Daylight는 IDEO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과 만든 회사인데 생각들이 참 비슷해요. 클라이언트를 고를 때에도 우리와 가장 잘 맞는 분인지 신중하게 보고 디자인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정말 신중하게 수행하죠. 

Q.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떤 분이신가요?

A. 정직하게 디자인 하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제 이름에 들어가는 ‘정’ 이라는 단어는 많은 뜻이 있어요. 저는 ‘장정 정’자를 쓰는데 성‘정’기 라는 이름 뜻대로 젊은 사람에게 터전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현 세대들은 앞선 세대들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스스로 채찍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신독(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다.)’ 이라는 말이 있어요. 사람이 외부에서는 부지런하게 행동한다고 해도 혼자 있는 시간에는 흐트러지기 쉬운데 스스로 정직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Q.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삶의 대부분에서 다 즐거움을 느껴요. 와이프가 초등학교 짝꿍이었는데 지금도 장난치고 아재개그하고 그런 게 참 즐거워요. 사소한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지금 약간 초4부터 중2의 마인드인 것 같기도 해요. 장난도 많이 치고 거침이 없는 나이인데 지금 유행하는 아재개그와 속성이 참 비슷해요. 디자이너가 평소에 너무 진중하면 디자인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름처럼 정직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성정기 디자이너, 그가 가지고 있는 깊게 우려낸 고민들은 ‘디자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희망을 준다. 하루에도 홍수처럼 디자인이 쏟아지는 우리 세상에서 성정기 디자이너의 통찰 있는 디자인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삶의 가치를 심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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