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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포럼2016] TV인가 가구인가…삼성 세리프(Serif) TV 개발 뒷얘기
20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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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TV인가 가구인가…삼성 세리프(Serif) TV 개발 뒷얘기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디자인을 무기로 두각을 나타내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각고의 노력이 수 십년 지속돼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세계 전자업계 톱 랭커인 삼성전자ㆍLG전자도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디자인과 기술을 황금비율로 섞는 융복합 팩토리의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가구를 닮은 TV, LG전자의 초프리미엄 가전 ‘시그니처’는 이론으로만 접할 수 있던 디자인경영의 전범(典範)으로 평가받는다. 눈길을 사로잡는 이들 제품의 탄생 비화를 따라가다 보면 디자인을 우선순위에 둔 그들의 일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이것도 파는 건가요?”

‘세리프(Serif) TV’를 처음 본 고객이 반신반의로 묻는다. 가격표만 없으면 마치 가전제품 매장에 보기좋게 인테리어된 소품으로 생각하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의문점은 또 생긴다. 가구일까, TV일까? 디자인만 보면 가구인데 가전기기 매장에 있으니 TV이기도 하다.

세리프 TV는 트렌디한 가구ㆍ가전 편집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이다. 디자인이나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한 제품군으로 이해하면 쉽다. 국내에 널리 알려진 ‘제네바사운드’나 ‘뱅앤올룹슨’의 오디오(스피커)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의 ‘세리프 TV’는 한단계 진화된 라이프스타일 제품이다. 디자인에 신경쓰면 제품 단가를 맞추기 위해 사양(기능)이 떨어지기 쉽다. ‘가성비가 낮다’는 불만이 그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점을 염두에 뒀다. 세리프 TV는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와 TV 기술력을 융합한 프리미엄급 라이프스타일 제품이다.

▶디자인으로 고객층을 발굴하다=TV는 인테리어의 ‘적(敵)’이다. 검은 화면에 사각진 형태는 강한 남성의 이미지다. 인테리어 측면에선 ‘마이너스’ 소품이다. 급기야 거실에서 TV를 치우는 사람들이 생겼다. 세리프 TV는 이 점에 착안했다. TV를 자체를 ‘인테리어’하겠다는 생각이다.

[사진=세리프(Serif) TV.]


“세리프 TV는 기존 TV제품군에 있는 고객층을 타깃으로 만든 제품이 아닙니다. 디자인이나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로 기획됐어요.” (정강일 삼성전자 신상품기획부장)

세리프 TV의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앞에서 볼 때 이음새 하나없이 단색으로 된 단일 형태의 프레임으로 윤곽을 잡고 있다. 측면에서 보면 얇은 몸체가 위쪽으로 갈수록 선반과 같은 표면을 형성하며 영문 대문자 ‘I’ 모양을 형상화하고 있다. 세리프(영문 활자의 끝 부분이 튀어나온 글씨체)라는 이름도 여기서 따왔다.

[사진=세리프(Serif) TV.]


TV 프레임 위에는 간단한 소품을 올려놓을 수 있다. 집안 어디든 배치할 수 있도록 본체 뒷면을 매끈하게 처리했고, 탈부착형 다리를 별도로 제작해 인테리어 요소를 가미했다. 사용자 중심으로 TV 활용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사진=세리프(Serif) TV.]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리프 TV는 생소하다. 지난해 9월 유럽에서 첫 선을 보이고 올해 3월 말 국내에 시판됐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흔한 TV광고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는 홍보 전략이 숨어있다. 특정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만큼 마케팅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했다.

김원기 세리프 TV 마케팅 차장은 “‘취향저격’ 홍보”라고 압축했다. 그는 “디자인ㆍ인테리어 매체를 중심으로 광고를 진행했어요.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홍보 효과도 대단합니다. 구매자들이 스스로 SNS에 올리면서 전파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디자인과 첨단 기술의 융합=삼성전자는 2012년 세리프 TV의 콘셉트를 소화할 디자이너를 찾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건너갔다. 여기서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로낭 & 에르완 부훌렉’ 형제를 만났다. 이들은 유럽 디자인가구회사인 비트라(Vitra), 아르텍(Artek), 마지스(Magis), 이스터블리시드&선스(Established & Sons), 카르텔(Kartell), 헤이(Hay) 등과 함께 일하다 1999년 디자인회사를 설립, 혁신적인 가구 디자이너로 주목받고 있다.

에르완 부훌렉 씨는 “세리프 TV를 디자인했을 때 목적은 우리가 가진 가구에 대한 지식을 기술과 융합시켜 어느 환경에서나 자연스럽게 배치될 수 있는 확실한 존재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리프 TV는 디자인부터 출시까지 무려 3년 가까이 걸렸다.

[사진=세리프(Serif) TV를 디자인하는 로낭 & 에르완 부홀렉 형제.]


삼성전자는 부훌렉 형제에게 전례없이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의 제작도 허락했다. 외관만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세리프 TV의 소프트웨어에도 부훌렉 형제의 감성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부훌렉 형제가 만든 대표적인 UI가 대기모드와 시청모드의 중간단계인 ‘커튼모드’다. 커튼모드는 TV 화면에 나오는 콘텐츠를 소리가 제거된 추상적인 이미지로만 보여줘 TV가 존재하되 생활을 방해하지 않도록 했다.

TV 뒷면의 패브릭 패턴, 리모컨, 포장박스 등도 세리프 TV의 혁신과 부훌렉 형제의 철학을 담았다.

세리프 TV는 디자인 제품의 선입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프리미엄급’ 사양을 자랑한다. 32인치(FHD 해상도)와 40인치(UHD 해상도) 두 가지 모델이 시판 중이며, 두 모델 모두 스마트TV 기능과 커튼모드, 무선인터넷 연결, 스크린 미러링, 블루투스 스피커 등의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외관이 혁신적인 만큼 소비자가 사용할 때도 혁신적이여야 합니다. 소비자가 가치를 인정하고 기꺼이 구매하도록 할 수 있도록 (TV 성능을)프리미엄급으로 끌어올렸습니다.”(정강일 신상품기획부장)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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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포럼2016 #삼성 #세리프TV #부훌렉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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