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news
home NEWS ART
ART
즐거운 Selby House에 놀러오세요
2017.05.19
edit article
헤럴드디자인

즐거운 Selby House에 놀러오세요

By 홍연진 (스토리텔러)

대림미술관은 2017년 4월 27일부터 10월 29일까지 포토그래퍼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토드 셀비(Todd Selby)의 전시 〈The Selby House: #즐거운_나의_집〉을 개최한다. 토드 셀비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 공간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을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에 담았다. 작품에 담긴 셀비 특유의 개성과 자유분방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예술적 영감과 긍정적 에너지를 얻게 한다.

1. SELBY THE PHOTOGRAPHER

“나의 사진 작업은 내가 경험한 것들과 머물렀던 공간, 그리고 마주친 사람들을 주제로 합니다. ……이처럼 사진은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세계를 여행하며 독특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어 줍니다. 내 사진들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것은 내가 만난 사람들, 그들에게서 얻은 깨달음과 영감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noname01.jpg

 

첫 번째 사진 시리즈 는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의 개성 넘치는 라이프 스타일을 기록한 것이다. 날 것 그대로의 집과 사무실을 촬영했다. 비록 사진 속 피사체에 불과했지만, 한 명 한 명을 실제로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만의 정서와 철학이 담긴 공간, 그 안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주인공은 아름답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셀비는 공간뿐만 아니라 음식, 패션에도 관심이 많았다. 사실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 사진 시리즈 는 음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담아 매일 식재료를 가꾸고, 맛있게 조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세 번째 사진 시리즈 는 오늘날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모델 등이 몸담은 패션 세계를 촬영한 것이다.

2. SELBY THE ILLUSTRATOR

"페인팅과 드로잉은 점차 내 작업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내가 그림을 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고 공감을 얻기 위해서인데, 그러한 부분에서 나의 페인팅 작업들은 동물, 사람, 식물, 낙서 등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고 일상적인 것들이지만, 각자의 개성을 잘 포착하여 즐거움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대상을 똑같이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는 모든 것에 나만의 색깔과 개성, 유머, 에너지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noname02.jpg

 

2층에 처음 들어섰을 때, 올망졸망하고 화려한 색감으로 가득한 것이 마치 아기가 크레파스로 낙서해놓은 듯했다. 셀비 자신도 인정했듯이 그림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상적인 소재를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주, 동물,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그림으로 표현해냈고, 작품 수도 어마어마했다. 작품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사랑스러웠다. 그림이 그러한 것을 보면 셀비에게도 분명히 귀여운 구석이 있을 것이다.

3. SELBY THE STORYTELLER

“예전부터 사진 속 주인공들에 대해 깊고 풍부한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하고 싶었던 나는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결합하는 방법들에 대해 고민해 왔습니다.……전시된 ‘레진 프레임(resign frame)’들은 피터 비어드 작품의 콜라주 드로잉 방식을 발전시킨 것으로, 겹겹이 붙인 일러스트레이션들을 두꺼운 레진으로 마감 처리했습니다. 레진 프레임은 사진 속 주인공과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멋지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noname03.jpg

 

사진만 있었다면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작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프레임에 사진의 주제와 셀비만의 창의성을 담은 일러스트레이션을 겹겹이 붙인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멀찌감치 서서 사진을 바라보고, 가까이 가서 프레임에 붙어있는 일러스트레이션 하나 하나를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진의 분위기가 대체적으로 밝았는데, 프레임의 일러스트레이션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데 큰 몫을 했다. 사진 속 주인공과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4. SELBY THE TRAVELER

“이 설치 작업은 일러스트 작품들을 벽에 걸지 않고 입체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시도입니다. 좋아하는 두 도시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을 오가며 생활한 나는 비행기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작업은 여행 중 마주쳤던 것들과 떠오른 생각들이 담겨 있는 일종의 타임캡슐입니다.”

noname04.jpg

 

토드 셀비는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설치 작업을 시도했다고 한다. 물감들이 서로 섞이고 번지는 수채화 느낌의 벽을 만들고 싶어 직접 물감을 입힌 얇고 긴 종이를 미술관 벽에 가득 붙이는 방법을 택했다. 다채로운 색감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작은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만의 창의성을 엿보기는 어려웠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여행 중 보았던 것들을 마구잡이로 그려 놓았지만, 그것이 ‘레진 프레임’처럼 독특한 방식도 아니었고, 담고 있는 주제도 굉장히 단순했다.

5. SELBY THE NEIGHBOR

“나의 작업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되는데, 주로 유년시절과 살던 집, 작업실, 그리고 현재의 라이프 스타일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나는 타인의 삶과 그들의 사적 공간을 기록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기에 이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또한 나의 작업실을 재현하여 내가 작업하는 과정을 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noname05.jpg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간이었다. 셀비의 침실을 그대로 옮겨놓을 생각을 하다니!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의 침실, 90년대 후반 살았던 뉴욕 집의 모습과 현재가 섞여 있는 공간을 재현했다. 셀비의 방은 그의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처럼 밝고 활기가 넘쳤다. 살짝 어지러운 감이 있었지만, 벽에 포스터를 붙여놓은 모습, 화려한 색감의 옷들이 걸려있는 모습, 독특한 패턴의 이불 커버를 보니 나름대로 규칙이 있는 듯했다.

어지러운 작업실에서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다. 셀비는 다른 작가들의 작업 과정을 관찰하고, 스스로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사진을 배웠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작업실을 재현한 것도 화가와 사진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업실을 보며 영감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셀비의 작업실은 ‘마음먹었으면 한 번 저질러 봐!’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떤 일이든 일단 시작해보는 그의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6. SELBY THE DREAMER

noname06.jpg

 

셀비는 어렸을 때부터 가족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아버지께서 항상 특이한 곳으로만 데려가셨다고 한다. 한 번은 하와이를 가는 줄 알았는데, 열대우림이 우거진 파푸아뉴기니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마이클 록펠러를 먹어버렸을지 모르는 식인종 부족의 사진을 찍기 위해 며칠간 강을 거슬러 올라갈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씀을 하셨다. 그날 밤, 셀비는 정글에 대한 꿈을 꾸었다. 그것을 설치작업으로 구현해낸 것이 바로 3층에 전시된 였다.

2층에서 보았던 작은 설치작업과는 달리 규모가 커서 놀랐다. 동물 소리가 담긴 BGM과 큼직하고 화려한 일러스트레이션은 파푸아뉴기니에 실제로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어렸을 적 꾸었던 꿈을 작품으로 재현해낸 것이 독특했다. 다시 한번 셀비는 자신과 그 주변을 기록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다.

noname07.jpg

 

전시장을 나오는 길에 마주쳤던 아트샵 상품들은 실용적인 동시에 셀비만의 개성을 잘 담고 있었다. 상품명 역시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올 정도로 유머러스했다. 전시장과 아트샵 모두에서 ‘토드 셀비의 즐거운 집’이라는 컨셉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고상한 미술 전시를 보러간 것이 아니라 친한 친구의 집에 놀러 간 기분이랄까.

토드 셀비에게 이번 전시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들을 사진, 영상, 일러스트, 설치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과 공유하는 첫 번째 시도이다. 그는 어린 시절, 미술관에서 대가들의 회화 작품을 보고, “저런 건 나도 할 수 있어!”라고 패기 있게 외치며 언제나 ‘할 수 있다’라는 마음을 간직했다고 한다. 어렸을 적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토드 셀비의 예술 세계에 흠뻑 젖어 든 나는 그의 바람처럼 언젠가는 이름을 내걸고 전시를 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셀비처럼 “Holy Smokes! Someone gave me a show in a MUSEUM!"이라고 말하는 날이 오기를.

 

<모든 사진출처 = 스토리텔러 홍연진 직접촬영>

keyword
#헤럴드디자인#디자인#전시#design#시리즈#크리에이터
share
LIST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