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션 디자인의 세계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을 중심으로

By 허은미(스토리텔러)

당신이 영화를 볼 때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무엇인가? 스토리와 배우, 평판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비주얼적인 측면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영화의 시각적인 요소들을 표현하는 ‘프로덕션 디자인’이란 색채와 소품, 세트, 의상, 장소 등의 요소가 조화되어 영화를 더욱 맛깔나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프로덕션 디자인은 영화제나 시상식 등에서 그 훌륭함을 인정받아 수상을 하기도 한다. 특히 따로 ‘프로덕션 디자인상’을 두고 있는, 국제 영화제만큼이나 세계적으로 위용을 가지는 할리우드의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작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1. 2016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 콜린 깁슨 수상

2015년 할리우드는 물론이고 국내 영화계를 강타한 '매드 맥스'는 핵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를 진짜 존재할 것만 세상처럼 실감나게 연출했다. 푸른빛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흙빛 세상은 단단한 철갑 장치들과 메마른 경관 연출로 지옥스러움을 극대화하였다. 영화의 스토리와 액션, 배우의 연기와 촬영 기법 등이 훌륭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함께 어우러져 파격적인 결과물을 낳았다.

2. 2015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애덤 스톡하우젠 수상

핑크빛의 감각적인 영상으로 유명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프로덕션 디자인은 과거 1930년대 유럽의 품위와 낭만을 독특하게 담아냈다. 영상 속 요소를 살펴보면 다채로운 색채와 장식적인 요소들이 많아 화려함을 드러내지만 시간적으로 액자식 구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영상을 네모난 틀에 플랫하게 담아내어 동화스러우면서도 정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3. 2014 위대한 개츠비 - 캐서린 마틴 수상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위대한 개츠비'는 제작진이 그 세트를 '어른의 디즈니랜드'라고 칭했을만큼 웅장하고 과시적인 디자인을 드러낸다. 1920년대 뉴욕 상류사회의 모습은 화려한 의상과 샹들리에, 샴페인으로 형상화되었다. 특히 신흥 부호인 개츠비의 화려한 저택과 전통적인 가문에서 결혼에 속박당한 데이지의 엔티크한 저택이 인상적이다.

4. 2013 링컨 - 릭 카터 수상

전 세대에 걸쳐 존경받아온 미국의 대통령 링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링컨'은 영화의 내용을 충실하게 담아냈다. 전반적으로 다운된 톤과 단정한 의상, 클래식한 가구들은 생명에 대한 자의식이 분명했던 링컨의 숭고한 정신을 나타내는데 부족함이 없다.

5. 2012 휴고 - 단테 페레티 외 1명 수상

영화 ‘휴고’는 파리 시내의 전경을 배경으로 펼쳐낸 3D 효과가 눈길을 끈다. 기차역과 도시를 실감나게 구현해 내어 눈을 뗄 수 없는 비주얼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하지만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1930년대의 낭만을 따뜻하게 드러내어 원초적인 판타지로서 훌륭한 역할을 수행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근 프로덕션 디자인상 수상작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그 영화의 스토리와 특징을 효과적으로 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프로덕션 디자인은 우리가 영화를 보며 일상에서 벗어나 간접적으로 새로운 세상을 접할 때에 그 사실감과 감정을 극대화한다. 종합예술로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인 프로덕션 디자인. 미래세대가 현세대를 영화로 구현할 때에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