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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한지붕 두 용도의 공유건물, 그게 우리집”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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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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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밑그림을 그리는 건축가. 공간을 만들어가는 그들의 일터와 집은 어떠할까. 대중의 이러한 질문을 찾아 서울 연세대학교 북문 근처 연희로 막다른 골목의 건축공방 연희동 사옥을 찾았다. 건물의 윗부분은 알루미늄 소재의 아노다이징(anodizing) 패널을, 아래는 콘크리트에 수직 줄무늬를 넣어 외관을 구성한 윤곽부터 눈에 들어온다. 300㎡ 부지를 통째로 사용한 무채색의 미술 작품과 같은 웅장함 마저 느껴진다.

 

건물의 설계자이자 주인은 독일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다 만나 가정을 꾸린 심희준, 박수정 건축사 부부. 부부는 “이곳이 우리의 작업실이자 보금자리”라며 건축공방 사옥을 소개했다.

 

‘공방’이라는 이름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공예가의 작업실(Workshop)’ 이라는, 다른 하나는 ‘서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토론(Discussion)’ 이라는 의미다.

 

건축은 결과적으로 보면, 시각적인 작업이지만 그 태생은 철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동반하는 작업이라는 것이 부부의 설명이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스케치만큼이나 토론과 대화를 중요시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부부는 “이런 방식이 더 효율적인 작업과 결과를 가능하게 했다”고 털어놨다.

 

부부가 유럽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에 돌아온 것은 2012년이다. 반포 등 강남지역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던 부부는 고급 주거와 트렌디한 상업시설이 곳곳에 어우러져있는 연희동을 평소 눈여겨봤다. 그러던 중 대부분이 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이뤄져, 조용하고 편안한 주택가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이곳에 건축공방 사옥을 짓기로 마음먹고 2018년 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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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연희동 주변을 산책하며 많은 영감을 얻는다.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해외에선 보기 힘든 필로티 구조로 건물을 지었지만, 부부의 사무실이 있는 2층도 땅과 맞닿아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마당이 필요했다. 이에 2층에 4면을 둘러싼 넓은 마당 역할의 테라스를 뒀다. 또 처마까지 만들어줌으로써 ‘1층이나 다름없는 2층’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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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1,2,3층은 사무실로, 절반인 4,5,6층은 주거공간으로 쓰인다. 주거공간에는 ‘한지붕 다섯가족’이 거주하고 있다. 5개의 빌라형식으로 구성된 건물에서 4인 가족인 건축가 부부와, 양가 부모님, 부부의 두 형제자매가 거주하고 있다.

 

한 건물이 두개의 용도로 사용되는 만큼 가족들과 직원·클라이언트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하는 것에 각별히 신경을 기울였다.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따로 또 같이’가 건물의 컨셉이다. 이를 위해 1층 출입문부터 집과 사무실을 따로뒀다. 또 부부가 사용하는 2층 사무실엔 3개의 문을 만들어 집, 업무공간, 테라스와 각각 연결될 수 있게 했다.

 

심 건축사는 “사무실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곧바로 만들고 싶을 때 언제든지 내려와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며 “공간을 통해 업무와 사생활을 분리하지만 효율성을 해치지 않는 동선, 그것이 커다란 숙제였다”고 회상했다.

 

건물 외관에는 그 흔한 가스배관, 에어컨 실외기 하나 보이지 않는다. 딱 떨어지는 날렵함과 짙은 회색빛의 외장이 거대한 돌산을 연상케 했다. 건물은 연희동이라는 주방에 잘 어울리는 고급 빌트인 냉장고 처럼 느껴진다.

 

이를 위해 부부는 겉으로 보이는 건축공간 보다 그 안에 들어가는 설비나 배관을 더 깊이 고민했다고 한다. 역설적이지만 내부에 신경을 써 미관을 해치는 것들을 전부 숨김으로써 외관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고 귀띔했다.그러면서 박 건축사는 근대 건축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 70년대 최고 건축가 미스 반데어로에(Mies van der Rohe)가 남긴 어구를 소개했다.

 

박 건축사는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는 구절처럼 (설계 땐)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해 오랜시간 고민한다”며 “튀지 않지만 건물로 인해 주변 환경의 퀄리티가 높아 보일 수 있는 그런 건물을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듣기 싫은 음악, 읽기 싫은 책은 안봐도 되지만 집 앞 건축물은 안 볼 수 없다”며 “건축물은 공공성도 가지고 있다”며 건축에 대한 평소의 철학을 털어놓기도 했다.

 

5층에 있는 네 식구의 보금자리를 둘러보기 위해 건물의 중앙에 위치한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부부와 기자 3명만 들어가도 빽빽한 엘리베이터의 디자인은 남달랐다. 승강기 벽면에 아무 무늬도 없는 모던함과 미니멀리즘이 건축가 부부를 대변하는 듯 했다.

 

5층 집의 구성은 현관문 반대편에 위치한 통창문으로 나지막한 도심의 산, 안산이 내집 마당처럼 보이게 설계했다. 또 3개의 벽면에 크고 작은 창들을 배치함으로써 시원한 개방감을 제공했다. 거실 바닥면적의 30~40% 해당하는 비율이 환기창으로 구성됐다고 박 소장은 설명했다. 집은 복층형 구조로 아래층은 주방과 거실의 역할을, 윗층엔 부부와 아이들의 방이 위치한다.

 

부부는 사옥 건축 때 적용받은 200% 용적률을 ‘용적률 게임’이라고 표현한다. 한정된 공간이라는 규칙을 갖고, 건축사만의 언어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일종의 도전이자 게임인 것이다. 용적률에 더해 북측 일조권 사선 제한까지 걸리자 부부는 이를 5층 주거공간의 넓은 테라스를 확보하는데 사용했다. 여름엔 아이들의 수영장으로도 사용된다는 5층 테라스를 보여주며 부부는 “부정적인 환경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바꿔 놓을지 또한 건축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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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건축이란 높은 수준의 일상을 추구하고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그 원인을 ‘공간’에서 찾지 않지만 불행은 공간의 환경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부부는 일상의 불편함을 찾는 작업에서부터 건축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공간의 재편을 통해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 건축사는 “공간이 주는 힘을 믿고 그 힘은 생각보다 크다는 점을 알기에 미학과 기능의 균형을 잡는 위치에 서 있고자 한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서영상 기자 /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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